갤러리 말제 졸업전시전 2014 (Marzee Graduate Show 2014)

  여름이 거의 없이 쌀쌀한 가을이 바로 찾아온 네덜란드의 9월, 네덜란드의 도시 Nijmegen에 위치한 갤러리 Marzee의 2014 인터내셔널 졸업작품전(Marzee Graduate Show 2014)에 다녀왔습니다. galerie marzee 1

Galerie Marzee, Nijmegen, Netherlands

갤러리 Marzee는 1978년 Marie-José van den Hout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Marie-José van den Hout는 아티스트이자 세공기술자였던 그녀의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금은세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네덜란드 Maastricht에 위치한 미술대학 Academie voor Beeldende Kunsten Maastricht의 금은세공학과(지금의 주얼리 디자인과) 졸업 후, 네덜란드 문화의 도시 Nijmegen에 장신구를 위한 갤러리 Marzee를 열게 되었습니다. 이후 갤러리는 네덜란드와 유럽, 더 나아가 전 세계 Contemporary Jewelry를 위한 가장 큰 갤러리 중 하나로 자리잡았고, Gijs Bakker, Onno Boekhoudt, Laura Deakin, Maria Hees, Jiro Kamata, Emmy van Leersum, Nel Linssen, Francesco Pavan, Ruudt Peters, Annelies Planteydt, Katja Prins, Hilde De Decker, Philip Sajet 등 세계적인 주얼리 디자이너들의 작품과 함께 갓 졸업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갤러리의 1층과 2층에서 주로 전시가 열립니다. 1층은 갤러리의 소장작품을 전시하면서, 오프닝을 위한 장소로 쓰이고, 2층은 Marzee Annual Graduate Show와 매 분기 열리는 새로운 전시를 위한 장소로 쓰여지는 메인 전시실 입니다. 갤러리 지하에는 Marzee에서 판매하는 서적들을 볼 수 있고,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Marzee의 서적코너는 매해 졸업작품전에 전시된 작품들을 한데 볼 수 있는 졸업작품전시 카탈로그, 매월 출간되는 Marzee 전시 카탈로그(bi-monthly exhibition catalogues), 작가별 카탈로그(Artist’s Collection), 그 밖에 장신구 관련 전문 서적을 오프라인과 온라인(www.modernartjewelry.org/books)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갤러리 Marzee 웹페이지에서 보다 자세한 도서 목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galerie marzee 2

갤러리 Marzee 1층 전경(소장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서랍형 전시대)

galerie marzee 3

갤러리 Marzee의 1층과 2층의 모습(이미지출처 © MyfirstDesignCollection)

갤러리 Marzee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모티브를 가진 신진 작가들을 위한 갤러리로 특히 유명한데요, 지금까지 25년 넘도록 Marzee Annual Graduate Show를 열고 있습니다. Marzee Annual Graduate Show는 매년 장신구 디자인과가 있는 미술대학에서 그 해 졸업한 학생들의 작품을 선별하여, 매년 8월말에서 10월 중순까지 전시를 합니다. 올해는 세계 30여 개국의 70여명의 졸업생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galerie marzee 30

galerie marzee 6

galerie marzee 7

galerie marzee 8

galerie marzee 9

galerie marzee 5

galerie marzee 4

Opening Marzee Graduate Show 2014(이미지 출처 © Galerie Marzee)

졸업작품전은 갤러리 1층과 2층에 나뉘어 전시되어 있었고, Marzee의 전통과 역사를 보여주는 검정색 금속 진열대와 유리덮개로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올해는 국민대학교를 졸업하신 윤지예, 이예지, 조민지 작가님과 미국 Cranbrook Academy of Art를 졸업하신 최은지 작가님, 이상 4분의 한국 작가님들의 작품이 갤러리 Marzee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매년 7개의 작품에게 주는 올해의 Marzee Prize중에서 최은지 작가님의 작품이 7작품 중 한 작품으로 선정되었습니다.

galerie marzee 10

galerie marzee 11

galerie marzee 12

galerie marzee 13

최은지, Untitled, 2014, object, necklace and brooch, brass

galerie marzee 14

최은지 작가님은 작품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리고 설명할 없는 신념과 생각들은 나의 창조적 세계 안에서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난다. 흔히 사용되는 재료들, 공예 기법들, 그리고 전통 금속 방식들은 단순하지만 심오한 사실(존재와 부존재, 물질과 시간, 그리고 파지티브와 네거티브 스페이스와 같은)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다.

조각의 흑연이 수많은 작은 비즈로 변형되는 시간 그리고 비즈들로 만들어진 목걸이가 계속적인 사용을 통해 가루로 사라지는 시간은 동등한 가치로 나타난다. 개념적으로 작은 구슬들은 시간의 흐름이라는 개념 뿐만 아니라 실제와 실제 하지 않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소멸을 암시하고 있는 장신구 (흑연으로 만들어진) 오랜 시간의 사용을 통해 착용자의 피부 위에 남길 흔적 (자국) 소멸이 아닌 다른 형태로서의 존재함을 나타낸다. 사라짐은 죽음이나 소멸이 아닌 다른 탄생인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행위와 의식 (daily ritual) 또한 작업의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이다. 매일 사용하는 익숙한 물건들과 그것들의 움직임은 작업 안에 적용되고 재해석되었다. 작은 , 바늘, 그릇 등의 형태를 오브젝트들은 분해하고 모으고 다시 합치면서 의식적인 도구로써 동시에 장신구로써 탄생되었다.”

최은지 작가님은 작품의 작업과정이 하나의 반복되는 행위이자 의식이라고 하셨는데, 갤러리를 방문했던 한 학생은 저에게 최은지 작가님의 작품에 대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작품 그 자체의 아름다움의 이외에 무언가를 마음으로 느끼게 하였다”고 전했습니다.

국민대학교를 졸업하신 윤지예, 조민지, 이예지 작가님들의 작품은 한 진열대에 함께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윤지예 작가님은 철, 구리, 에나멜을 사용하여, 사람의 행동과 몸짓의 형태를 작품에 표현하였습니다. 이는 장신구가 우리의 일상과 굉장히 밀접하다는 것을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galerie marzee 15

윤지예, Sharing, 2013, brooch, iron, copper, enamel, paper

윤지예 작가님의 작품들에서 왼쪽으로, 조민지 작가님의 작품들은 달걀껍질, 합성수지, 구리, 그 밖의 여러 가지 재료를 혼합하여 생물의 공존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자연적인 재료와 합성수지의 조합이 작품의 독특한 분위기를 이끌어내고 있었습니다.

galerie marzee 16

조민지, Coexistence of Living Organisms, 2013, brooch, eggshell, resin, copper, mixed materials

이예지 작가님은 독일의 기술 박물관에서 보게 된 독일의 오래된 프레스 기계와 금형에서 영감을 받아 가죽과 금속을 압축하는 과정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산업용으로 주로 쓰이는 한 개의 주형에서 이러한 특별하고 독특한 장신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galerie marzee 17

조민지, 이예지 작가의 작품

galerie marzee 18

이예지, Untitled, 2013, necklace, copper, leather

올해는 한국, 중국, 일본 등의 아시아 국가 졸업생들의 작품이 예년에 비해 더 많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재료를 조합한 장신구, 3D 프린트 테크닉 같은 지금의 시대를 반영하는 장신구 등 신선하고 흥미로운 작품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galerie marzee 19

Tammy Young Eun Kim, Formation, 2013, brooch, 3D printed alumide, brass, steel

galerie marzee 31

galerie marzee 20

Ruiyin Lin, Detail Runaway Bangle 1, 2014, necklace, bracelet, alumide, freshwater pearls, silver

이번 졸업작품전의 특이한 점으로, 올해는 8월 17일에 열린 오프닝에서 많은 작품들이 팔려, 작품의 제목 오른쪽에 오렌지색 스티커가 붙은 작품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특별한 점으로, 북유럽 국가인 에스토니아의 탈린에 위치한 EKA (Eesti Kunstiakadeemia)의 졸업생 Urmas Lüüs의 작품, Autumn Ball 시리즈의 출품한 다섯 개의 브로치 모두가 갤러리 Marzee 오프닝에서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쓰지 않는 오래된 에나멜칠이 되어있는 도기들을 잘라내어 만들었다고 합니다.

OLYMPUS DIGITAL CAMERA

OLYMPUS DIGITAL CAMERA

OLYMPUS DIGITAL CAMERA

Urmas Lüüs, Autumn Fall, 2014, brooches, recycled enameled pots, stainless steel wire

그리고 올해는 자신의 문화, 역사 그리고 아이덴디티를 반영한 작품들이 더욱 주목을 끌었습니다. 그 중 Marzee Prize의 또 다른 winner가 된 HDK, School of Design and Crafts, University of Gothenburg을 졸업한 Li Liang은 중국의 고전적인 서예와 회화의 기본이 되는 선(line)을 토대로, 종이를 접어서 프로토 타입을 만든 후, 그것을 금속 재료로 재해석하여 작업한 작품을 보여 주었습니다. 자신의 문화를 작품에 투영한 이 작품은 판매가 되어 오렌지색 스티커가 붙어있었습니다.

galerie marzee 24

galerie marzee 25

galerie marzee 26

Li Liang, Untitled, 2014, necklace, copper, paint

독일의 Idar-Oberstein에 위치한 Hochschule Trier을 졸업한 Tala Yuan은 장신구가 자신의 아이덴디티를 보게 하는 매개체이며, 이는 삶, 문화, 특히 중국의 문화를 생각하는 나의 방식이다라고 작가노트에 기록하였습니다. 중국 잉크, 아게이트, 타이거즈 아이 등을 여러 방식으로 재 조합한 이 작품은 동양적이면서 추상적인 오브제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galerie marzee 27

Tala Yuan, Nach dem Frühringsregen, 2014, brooch, agate and steel

galerie marzee 28

Tala Yuan, Tuscheteich, 2014, necklace, silver, aventurine and plastic

그 밖에도 Hiko Mizuno College of Jewelry 출신의 Ayano Takahashi의 Pureness 시리즈도 흥미로웠습니다. 백색의 심플한 브로치와 목걸이 시리즈는 어리고 순결한 사춘기 소녀들의 에로티시즘의 순간의 부서지기 쉬운 긴장감을 표현하려 했다고 합니다.

galerie marzee 29

Ayano Takahashi, Pureness, 2014, necklace, chemical wood, gold

졸업작품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1층에서는 지난 6월부터 전시된 국민대학교 이동춘 교수님의 새로운 작품들의 전시도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신진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이동춘 교수님  같은 기존의 작가들의 많은 훌륭한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갤러리 Marzee는 컨템포러리 주얼리의 중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의 긴 역사와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누구에게나 부담 없이 작품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게 하는 특유의 편안함이 있는 곳 이었습니다. 이는 매년 열리는 Marzee Graduate Show가 신진 작가들에게 늘 기회가 열려있는 곳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졸업작품전 이후에도 갤러리를 방문하면, 갤러리를 책임지고 있는 Marie-José van den Hout는 졸업전시에 참여했던 학생들과 자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작품에 대한 이야기나 작업 현황, 앞으로의 진로, 또는 새로운 학교에 관한 이야기들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매 분기 갤러리 Marzee에서 일하고 있는 인턴들은 주로 세계 각지의 다양한 학교에서 온 학생들인데요, 갤러리를 방문할 때마다 세계 각지의 다른 학교에서 온 인턴들과 작품과 학교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갤러리 Marzee를 방문했을 때 느껴지는 편안함인 것 같습니다. 많은 갤러리들에서 느껴질 수 있는 딱딱함은 자칫 신진 작가들에게는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데요, 갤러리 Marzee는 신진 작가들에게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통해 영감을 얻게 하고 배움의 기회가 되게 하면서도, 이제 막 졸업을 하고 독립된 디자이너의 길을 시작하는 많은 작가들에게 큰 기회인 것 같습니다.

취재 / 윤상지 기자(sangji_yun@hotmail.com)

Academie Beeldende Kunsten Maastricht 주얼리 디자인과 학사 졸업/ Sint Lucas Antwerpen 주얼리 디자인과 석사 재학 중